전각들을 몇 겹이나 돌아서야 겨우 한적한 구석을 찾아냈다. 담장 밖은 삼엄한 대궐이건만, 담장 안은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참으로 멋진 황실 정원이다! 나도 세상 곳곳을 떠돌며 볼 만큼 봤다고 자부…
전각들을 몇 겹이나 돌아서야 겨우 한적한 구석을 찾아냈다.
담장 밖은 삼엄한 대궐이건만, 담장 안은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참으로 멋진 황실 정원이다! 나도 세상 곳곳을 떠돌며 볼 만큼 봤다고 자부했는데, 이곳의 기이한 식물들은 이름조차 모르는 것이 수두룩했다. 그 사이를 유유히 거니는 진귀한 새들은 낯선 나를 보고도 전혀 놀라지 않았다. 아마도 부귀한 생활에 익숙한 모양이다.
정원에는 봄빛이 일렁이고 늙은 나무가 춤추듯 흔들리니, 그동안 몇 대의 군왕을 지켜보고 얼마나 많은 비밀을 들었을지 알 길이 없다. 해마다 이 화초와 나무들은 한결같이 무성하건만, 그 아래 앉아 경치를 감상하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바뀌었다. 이 가득한 봄빛은 도대체 누구를 위해 피어나는 것일까?
...허, 내가 이런 걸 생각해 무엇하랴. 그저 잠시 쉬어 가며 구경이나 하려던 내가, 이 만발한 꽃들을 보며 공연히 쓸쓸해하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