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

비바람은 음산하고, 살기는 뼛속까지 스며들었다. 북방 전장의 아득한 함성이 자금 안까지 들이닥치자, 깊은 궁궐은 순식간에 요사한 것들의 실체를 비추는 거울이 되었다. 인심이 어지러워지니, 슬며시 손버릇이 나빠지는 자들이 생겨났다. 눈을 돌리는 곳마다 값나가는 물건을 챙겨 들고 황급히 남쪽을 바라보며 도망치는 뒷모습뿐이었다. 그러나 장군에게 장군의 싸움이 있듯, 궁인에게도 궁인의 싸움이 있는 법. 그녀들은 도적을 몰아냈으나, 세상의 흑백이 이미 뒤바뀌어 있다는 것은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