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봉 지하도가 처음 만들어진 해는 알 길이 없고 벽에는 거듭된 보수의 흔적만이 얼룩져 있을 뿐이다. 수백 년간 이곳에서는 병가들의 쟁탈전이 여러 번 벌어졌고 피로 적셔진 초토에서는 아직도 전장의 소…
장봉 지하도가 처음 만들어진 해는 알 길이 없고 벽에는 거듭된 보수의 흔적만이 얼룩져 있을 뿐이다. 수백 년간 이곳에서는 병가들의 쟁탈전이 여러 번 벌어졌고 피로 적셔진 초토에서는 아직도 전장의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지금 거란군이 봉룡산에서 우회해 나와 진군의 군영 뒤쪽으로 돌아가 곡물 운송로를 끊고 종적을 감추었다. 지하 연결 통로로 숨어들어 은둔하며 기회를 엿보는 것으로 의심되나 통로 위 기씨가 거주하는 노마장은 평소와 다를 것 없이 평온하다. 허와 실이 교차하고 의구심이 구름처럼 피어나니, 마치 사방으로 뻗은 지하 통로처럼 복잡하다. 그 깊은 곳에 숨어있는 자는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