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에 정옥이라는 사내가 살았다. 고집이 세어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했으나, 본래는 강호를 떠돌던 협객이었다. 서방에서 아내를 얻어 정착한 뒤로도 그 강직한 성정은 꺾이지 않았다. 마른 몸에 뼈…
서방에 정옥이라는 사내가 살았다. 고집이 세어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했으나, 본래는 강호를 떠돌던 협객이었다. 서방에서 아내를 얻어 정착한 뒤로도 그 강직한 성정은 꺾이지 않았다. 마른 몸에 뼈만 앙상했으나, 눈빛만큼은 여전히 비범했다. 개운 3년 12월, 거란이 변경을 침략했다. 정옥도 칼을 들고 나섰다. 구류문에서 적과 맞서다 중상을 입었고, 며칠간 정신을 잃었다 깨기를 반복하더니 끝내 온전한 정신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그렇게 십오 년이 흘렀다. 조정에서는 금명지에 오아대함을 짓겠다며 서방을 백공방으로 바꾸고 장인들을 들이려 했다. 주민들은 하나둘 떠났으나, 정옥만은 끝내 버텼다. 관아에서는 온갖 수단으로 그를 내쫓으려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