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덕 7년 12월 어머니, 아버지가 떠나려 합니다. 어머니의 원수를 갚겠다 하시지만, 저는 누구에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석 숙부일까요, 채 숙부일까요, 아니면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일까요? …
현덕 7년 12월
어머니, 아버지가 떠나려 합니다.
어머니의 원수를 갚겠다 하시지만, 저는 누구에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석 숙부일까요, 채 숙부일까요, 아니면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일까요?
아버지는 제가 이제 다 자랐으니 짐을 짊어져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어릴 적부터 어머니를 닮았으니 분명 해낼 수 있을 거라고도 하셨습니다.
하지만 제가... 정말 할 수 있을까요?
현덕 8년
어머니, 아착이 떠났습니다.
관청에서 천상래의 조운까지 끊어 버렸습니다.
채 숙부와 약속했던 일도 모두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그들은 칼을 들지 않고 우리를 굶겨 죽이려 합니다.
제방은 완성되지 않았고,
아버지도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왜 하필 저여야 하는 걸까요?
이유가 뭘까요?
현덕 9년 정월
어머니, 배가 너무 고픕니다. 어머니가 손수 끓여 주시던 산수유탕이 그립습니다.
천상래의 곡식도 이제 거의 다 떨어졌습니다.
강변 장터와 혼인을 위한 무예 대회를 열어 조금이라도 더 벌어 보려 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너무 배가 고픕니다.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포기하고 싶어요...
현덕 9년 2월
어머니, 오늘 영아와 삼랑을 만났습니다. 두 사람은 환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본 당주 가운데 제가 가장 훌륭한 사람이라고 말해 줬습니다.
두 사람이 웃자, 저도 모르게 따라 웃게 되었습니다.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제가 여기까지 어떻게 버틸 수 있었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