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거위는 자신이야말로 날짐승 중의 수재라고 여겼다. 자신보다 시에 어울리는 존재는 없다고 믿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시집 한 권을 주웠는데, 시인들이 즐겨 쓰는 것은 거위가 아니라 하늘을 나는 기…
묵향 거위는 자신이야말로 날짐승 중의 수재라고 여겼다. 자신보다 시에 어울리는 존재는 없다고 믿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시집 한 권을 주웠는데, 시인들이 즐겨 쓰는 것은 거위가 아니라 하늘을 나는 기러기라는 걸 발견했다. 묵향 거위는 자신보다 풍류를 아는 새가 있다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그래서 힘들게 냇물을 건너 기러기를 찾아가 따져 묻기로 했다. 하지만 기러기는 녀석의 질문을 이해하지 못한 채 날아가 버렸다. 깃털을 가지런히 떨치며 구름 낀 하늘로 사라지는 모습이 실로 장관이었다. 묵향 거위도 황급히 날개를 펼쳐봤지만 아무리 해도 따라잡을 수 없었다. 분을 이기지 못한 묵향 거위는 시집을 내던졌다가 다시 주워들었다. 그리고 결심했다. 거위의 시는 자신이 직접 쓰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