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가 있는 곳은 본래 촛불을 꺼리지만, 불종이 옥지에 가라앉은 뒤 경서가 사방으로 흩어지고, 흰 작오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경각이 파괴되던 날, 사미는 힘을 다해 경서를 하나하나 동굴에 모아두…
장서가 있는 곳은 본래 촛불을 꺼리지만, 불종이 옥지에 가라앉은 뒤 경서가 사방으로 흩어지고, 흰 작오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경각이 파괴되던 날, 사미는 힘을 다해 경서를 하나하나 동굴에 모아두었다. 길고 추운 밤이 이어지자 그는 기력이 다해 주저앉았다. 노한 눈빛의 천왕상이 그를 위해 바람과 눈을 막아주었다.
곧 무너질 듯한 천왕상을 바라보며, 그는 품속의 촛불을 밝혔다.
하늘 높이 걸린 상서로운 경각이 더 이상 세상을 지키지 못한다면,
이제는 인간의 불꽃으로 이곳의 죄악을 태워 버리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