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객은 의를 중히 여기고 죽음을 가벼이 여겨, 형제의 피맺힌 원수를 갚고자 몰래 귀의군을 도왔다. 뜻밖에 화가 아내와 딸에게까지 번지자, 그는 다급히 서신을 보내 두 사람을 피신시켰다. 무위산의 절…
협객은 의를 중히 여기고 죽음을 가벼이 여겨, 형제의 피맺힌 원수를 갚고자 몰래 귀의군을 도왔다. 뜻밖에 화가 아내와 딸에게까지 번지자, 그는 다급히 서신을 보내 두 사람을 피신시켰다. 무위산의 절에서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다. 이레 뒤 하늘을 가르는 화살 소리 세 번으로 무사함을 알리기로 했다.
정방은 천 리를 내달려 마침내 무위산에 이르렀다. 피가 중갑을 적실 때까지 버텼으나 끝내 하늘을 가르는 화살 소리를 한 번도 듣지 못했다. 아내와 딸이 모두 죽었음을 직감했다. 그날 밤 산바람이 흐느끼는 가운데 협객은 홀로 돌계단에 앉아 밤을 새웠다. 새벽이 밝아올 즈음, 검었던 머리카락은 눈처럼 희게 세고 말았다.
이 몸은 더 이상 쓸모가 없고, 이 창 또한 지킬 것을 잃고 말았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