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복 4년 가을, 한 나그네가 침식의 숲에서 길을 잃었다. 그때 앞쪽에서 한 마리 백록이 고개를 돌려, 마치 '따라오라'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그는 백록을 따라 걸었고, 놀랍게도 곧 숲을 벗어날 …
천복 4년 가을, 한 나그네가 침식의 숲에서 길을 잃었다. 그때 앞쪽에서 한 마리 백록이 고개를 돌려, 마치 '따라오라'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그는 백록을 따라 걸었고, 놀랍게도 곧 숲을 벗어날 수 있었다. 감사의 말을 전하려 했지만, 백록은 이미 자취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천복 6년 봄, 망강평 근처에서 한 마을 주민이 백록을 보았다. 그 백록은 복숭아나무 가지 끝에 맺힌 아침 이슬을 핥고 있었고, 강 위로 떠오르는 햇살이 비치자 금빛 신선처럼 빛났다. 사람이 다가가자 백록은 고개를 살짝 돌리고는, 가볍게 숲속으로 몸을 감추었다.
보대 9년 겨울, 이조는 청의의 무덤 앞에서 쉬고 있는 백록을 보았다. 그 영묘한 존재가 어찌 형연의 깊은 곳까지 찾아왔는지는 알 수 없었다. 이조의 인기척에 백록은 고개를 들었지만 달아나지 않았다. 그는 천천히 다가가 백록의 이마를 살짝 어루만졌다. 그제야 유청의가 세상을 떠난 지 어느덧 십오 년이 흘렀다는 것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