녀석은 마을에서 이름 없이 지내던 작은 거위였다. 성격도 썩 좋지는 않았다. 늘 날개를 퍼덕이며 이웃집 닭을 쫓아다녔는데, 마을 어귀에서 시작한 추격전이 마을 끝까지 이어지는 일도 다반사였다. 패왕…
녀석은 마을에서 이름 없이 지내던 작은 거위였다. 성격도 썩 좋지는 않았다. 늘 날개를 퍼덕이며 이웃집 닭을 쫓아다녔는데, 마을 어귀에서 시작한 추격전이 마을 끝까지 이어지는 일도 다반사였다. 패왕 거위의 도발에도 녀석은 위세 좋게 꽥꽥거리며 지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성질이 급할수록 놀림감이 되기 쉬웠다. 툭 건드리기만 해도 발끈하니, 이상한 광증이라도 걸린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그 후로 녀석은 먼 곳까지 이름이 알려진 늙은 거위가 되었지만, 성격만큼은 여전했다. 강호를 떠돌던 세월 동안 누군가는 그 '광증' 때문에 녀석을 내쫓았고, 또 누군가는 그 때문에 오히려 녀석을 보살펴 주었다. 어떤 아이는 목검을 들고 함께 놀아주었고, 어떤 아이는 몰래 의관에서 청량고를 구해다 주기도 했다.
사실 질풍 거위의 광증은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조금만 인내심을 가지고 대해 주고, 약도 발라주고, 폭포 아래에서 시원하게 물줄기를 맞게 해주기만 하면 된다. 후우, 오늘도 거위의 수행이 한층 깊어졌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