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팔의 낙서 강학이 끝나고 몇 사람이 꽃밭에서 쉬고 있었다. 장만사는 종소리를 듣고 무언가 떠오른 듯했다. 까마귀에게 먹을 갈게 하고는 소팔의 구리 종 머리 위에 붓을 들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소팔의 낙서
강학이 끝나고 몇 사람이 꽃밭에서 쉬고 있었다. 장만사는 종소리를 듣고 무언가 떠오른 듯했다. 까마귀에게 먹을 갈게 하고는 소팔의 구리 종 머리 위에 붓을 들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수정하면... 음... 그래도 머리가 잘릴 것 같은데... 그럼 이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소팔의 구리 종 머리는 방금 계산에 쓴 원고지처럼 전쟁터를 겪은 듯 한 획 한 획이 엉성하고 처량해졌다.
"사형! 당신! 뭘 하는 거예요!"
청이 장만사의 붓을 빼앗으려 했지만 장만사가 피했다.
"아직 계산 안 끝났어. 조용히 해."
청의 마음에 불이 일었다. 사형은 늘 저 모양이다. 보통 사람에게 저리 제멋대로 굴었다면야 말할 것도 없겠지만, 소팔은 제 머리 위에 얹힌 '병증'이란 말에 유독 예민한 아이였다. 어린아이의 마음은 무엇보다 쉽게 상처받는 법인데, 저 까마귀마저 사형을 따라 덩달아 철없이 굴다니!
문득 고개를 돌려 보니, 소팔은 물가에 쪼그려 앉아 구리 머리의 문양을 연신 어루만지고 있었다. 그 마음은 오롯이 기쁨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