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시작된 순간부터 전제는 언제나 형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꼬마였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사람이었다. 야망도, 인생의 큰 꿈도 없었다. 그가 바랐던 건 그저 형이 걷는 길을 함께 걷는 …
기억이 시작된 순간부터 전제는 언제나 형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꼬마였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사람이었다. 야망도, 인생의 큰 꿈도 없었다. 그가 바랐던 건 그저 형이 걷는 길을 함께 걷는 것뿐이었다.
그래서 형이 문진관에 들어가자 그도 함께 들어갔고, 형이 떠날 때 역시 한 치 망설임도 없이 따라나섰다.
형과 함께 어릴 적 비밀 동굴로 돌아와 은거했을 때, 전제는 기뻤다.
무엇보다 자신이 형 곁을 끝까지 지켜온 유일한 사람이라 여겼다.
그 동굴을 아는 사람은 단둘뿐이었다. 그곳엔 어린 시절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서툰 글씨로 끄적였던 종이, 검술 놀이를 하며 휘둘렀던 대나무, 오래전에 잃어버려 다시는 찾을 수 없을 줄 알았던 상기알 하나까지.
전제는 반가운 마음에 그것들을 하나하나 형에게 보여주었다. 하지만 형은 아무런 표정도 없이, 문진관에서 가져온 책 속으로 시선을 묻었다.
형은 그곳에 온 뒤로 줄곧 책을 읽었다.
그 책 속에는 형이 하려는 일이 담겨 있었지만, 전제는 결코 그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도 괜찮다고, 전제는 스스로를 달랬다. 형만 따라가면 됐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 형은 책을 덮고 다시 떠나겠다고 했다. 그리고 두 사람이 함께한 모든 흔적을 모조리 없애 버렸다.
도대체 어떤 큰일을 하겠다고 자신의 존재까지 지워야 하는 걸까.
전제는 끝내 형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문득 깨달았다. 이 모든 세월 동안 자신은 단 한 번도 형과 같은 길을 걷지 않았다. 늘 그 사람의 등을 바라보며 따라갔지만, 이미 오래전 어느 순간 놓쳐 버렸던 것이다.
평범하고, 작고, 겁 많았던 그는 젊은 시절 함께한 인연이 평생 이어질 거라고 고집스럽게 믿었다.
하지만 세상에는 출발선에서 손을 맞잡고도 결국 길의 중간에서 갈라서는 인연이 있는 법이었다.
전제는 더 이상 형을 따라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