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사제야, 묵산도 익명 심사 3대 괴담에 대해 들어봤니? 괴담 하나. 망망대해 같은 응모작 속에서 어지러이 헤매다 보면, 똑같은 작품을 연달아 마주치게 되는데, 사람들은 그걸 '귀신의 미로'라 부…
동문사제야, 묵산도 익명 심사 3대 괴담에 대해 들어봤니?
괴담 하나.
망망대해 같은 응모작 속에서 어지러이 헤매다 보면, 똑같은 작품을 연달아 마주치게 되는데, 사람들은 그걸 '귀신의 미로'라 부르지.
괴담 둘.
작품의 질이 높든 낮든, 점수가 좋든 나쁘든 모두 표를 받고 누구 하나 비판이 없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사람들은 이를 '건성 심사'라고들 하더라.
괴담 셋.
아래에는 혼이 날까 봐 떨고 있는 사형사저들이 있고, 위에는 머리에 깃털을 잔뜩 뒤집어쓴 채 씩씩대며 서성이시는 격 장로님이 보이는 것... 사람들은 이 현상을 두고 '이게 무슨 꼴이냐'라고 불러.
하... 그리고 나는 오늘 이 모든 걸 다 겪었어!
듣자하니 한 사형이 익명 심사 조를 헷갈려 뒤섞어 놓았고, 뒤이어 점수를 옮겨 적던 사저마저 실수를 했다고 하더라. 그 바람에 화가 나신 장로님이 투표용 깃털을 휙 뿌려버렸고,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머리 위로 깃털이 소복이 쌓였다고 하더군.
부디 동문사제는 이런 실수에 휘말리지 않기를 바라. 끝까지 장인의 정신을 품고 진지하게 심사해 소중한 깃털을 진정으로 연구에 몰두한 제자에게 투표해 주도록 해. 장로님들도 앞으로는 직접 나서서 깃털 하나하나를 정성껏 세어주실 거라 하니 이제 좋은 작품들을 헛되게 만들 일은 없겠지.
그런데 격 장로님의 제자에게 들으니 요즘 산에도 이상한 일이 있다고 하더라.
가을 하늘이 높아지니 말썽꾸러기 원숭이들을 단속하러 산에 들어가는 사람이 늘었는데, 그 덕분에 원숭이 녀석들이 얌전해져서 [톱니바퀴]를 더 많이 떨어뜨린다나?
그래도 너무 무리하진 마. 일과 휴식의 균형을 잘 맞추어야지, 원숭이들도 너무 혼이 나면 기가 죽어버릴 거야. 격 장로님도 동문들의 연구 대업에 보탬이 되길 바라며 [톱니바퀴]와 [장명옥]을 넉넉히 준비해 두셨다고 해.
말이 길었네. 나도 이만 다시 심사하러 가야겠다. 다음 '깃털 투표'에서는 내 작품을 선보일 수 있도록 힘쓸 테니, 우리 다 함께 힘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