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행촌의 소년 서애는 종종 글공부를 빼먹고 마을의 거위와 겨루곤 한다. 소년의 작은 세상 속에서 거위를 이긴다는 건 곧 강호의 고수가 된다는 뜻이었고, 육병관의 흑포인들을 몰아내고 형이 이루지 못한…
영행촌의 소년 서애는 종종 글공부를 빼먹고 마을의 거위와 겨루곤 한다.
소년의 작은 세상 속에서 거위를 이긴다는 건 곧 강호의 고수가 된다는 뜻이었고, 육병관의 흑포인들을 몰아내고 형이 이루지 못한 약속을 대신 이루는 길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 고집이 이미 복예의 바람과는 어긋나 있다는 것은 알지 못했다.
'거위 호숫가의 약향은 봄날과 함께 사라지고 아이들은 수업을 마친 뒤 웃으며 집으로 돌아간다.' 거위 호숫가에서 오리와 거위를 기르며 살아가는 복예는 오래전 그 바람과 약속을 날마다 흥얼거리는 동요 속에 묻어 두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