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경의 깊은 밤, 금궁 외진 곳의 마른 우물가에서 문득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온다. 우물 옆 회나무 고목은 바람 한 점 없는데도 제멋대로 흔들리더니, 별안간 삼 척 길이의 흰 비단이 툭 떨어진다. 희…
삼경의 깊은 밤, 금궁 외진 곳의 마른 우물가에서 문득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온다. 우물 옆 회나무 고목은 바람 한 점 없는데도 제멋대로 흔들리더니, 별안간 삼 척 길이의 흰 비단이 툭 떨어진다. 희미한 안개 속, 순백색 그림자 하나가 매달린 채 나타나더니, 길게 늘어뜨린 머리카락이 얼굴을 가려 그 용모를 알 길이 없다. 마치 처연한 이별부를 읊조리는 듯한 그 구슬픈 목소리는 글자마다 피를 머금은 채 흰 비단 위로 하나둘 배어 나오기 시작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