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햇살을 받은 깃발이 용과 뱀처럼 굽이치고, 궁궐 처마 끝에는 스치는 바람 따라 제비와 참새가 높이 날아오른다. 숭원전은 깊은 궁궐 안에 묵묵히 자리한 채, 종과 북소리가 궁을 뒤흔들던 날들도…
따스한 햇살을 받은 깃발이 용과 뱀처럼 굽이치고, 궁궐 처마 끝에는 스치는 바람 따라 제비와 참새가 높이 날아오른다.
숭원전은 깊은 궁궐 안에 묵묵히 자리한 채, 종과 북소리가 궁을 뒤흔들던 날들도, 백관들이 머리 숙여 조아리던 모습도 오랜 세월 지켜보아 왔다. 또한 물결처럼 굽이치는 비단 깃발 사이로 천자가 어전에 드는 순간 또한 수없이 지켜보았다. 세상의 주인이 몇 번이나 바뀌는 동안에도 늘 말없이 굽어보았고, 때로는 궁궐 밖 골목마다 피어오르는 밥 짓는 연기가 아직 평온한지 가만히 헤아리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