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데군데 약 찌꺼기만 남은 약봉지 하나다. 본래는 약재가 들어 있었겠지만, 손님이 가져가기도 전에 의원이 다른 데 급히 써 버린 듯하다. 그래도 그는 그 봉지를 버리지 않았다. 난리가 지나고 나면,…
군데군데 약 찌꺼기만 남은 약봉지 하나다. 본래는 약재가 들어 있었겠지만, 손님이 가져가기도 전에 의원이 다른 데 급히 써 버린 듯하다. 그래도 그는 그 봉지를 버리지 않았다. 난리가 지나고 나면, 그 노인이 다시 와 탁자를 두드리며 "그 집 손주 약 몇 첩만 지어 주게"하고 말할 날이 있으리라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인은 다시 오지 않았고, 그 봉지에 새 약이 담길 일도 없었다. 어쩌면 그 집 손주가 나았을지도 모른다. 의원은 그렇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