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
텍스트

천하가 태평하여 굶주림을 모르던 시절. 남방 순행에서 돌아오던 심의륜을 납치할 때, 그를 지하에 가두고 자신이 대신 상평사 자리에 올랐을 때, 정악은 지기가 선물한 낡은 부채를 어루만지며 청춘에 맹…

천하가 태평하여 굶주림을 모르던 시절. 남방 순행에서 돌아오던 심의륜을 납치할 때, 그를 지하에 가두고 자신이 대신 상평사 자리에 올랐을 때, 정악은 지기가 선물한 낡은 부채를 어루만지며 청춘에 맹세했던 그 약속을 되새겼다... 그러고는 비웃음을 흘렸다. 약탈자들은 좋은 밭을 차지하고, 죽어가는 이를 외면한 자들은 독한 병을 무사히 넘겼다. 은혜를 저버린 자들은 고위에 앉아 국정을 논하고, 어진 마음을 품은 자들은 가산이 무너지고 목숨을 잃었다. 세상이 이 지경인데, 그가 어찌 마음속의 선을 지켜낼 수 있겠는가? 12년 전의 피의 원한은 반드시 제 손으로 갚아낼 것이다. 순수했던 옛 벗이 그를 이해하지 못하든 미워하든, 이제는 아무 상관 없다. 어차피 그에게 남은 날은 얼마 남지 않았고, 택할 수 있는 길은 이 길뿐이니.

댓글

—
천하가 태평하여 굶주림을 모르던 시절. 남방 순행에서 돌아오던 심의륜을 납치할 때, 그를 지하에 가두고 자신이 대신 상평사 자리에 올랐을 때, 정악은 지기가 선물… | Where Winds Meet 데이터베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