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시 무렵이었다. 무안은 암실 바닥에 엎드려 귀를 기울였다. 지금이 도망치기에 가장 좋은 때라 확신했다. 손님들은 이미 흩어졌고, 감시하던 자들도 모두 잠들었다. 눈앞의 문만 밀어 열고, 저 붉은 …
자시 무렵이었다.
무안은 암실 바닥에 엎드려 귀를 기울였다. 지금이 도망치기에 가장 좋은 때라 확신했다. 손님들은 이미 흩어졌고, 감시하던 자들도 모두 잠들었다. 눈앞의 문만 밀어 열고, 저 붉은 등불을 따라 나아가 어두운 동굴 하나만 지나면 나갈 수 있다. 그 길을 마음속으로 수없이 되새겼다. 이번엔 꼭 나갈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핏물과 진흙으로 얼룩진 두 손을 떨며 상체를 일으켰다. 허리춤의 나무 장식이 바닥에 스치며 소리를 냈다. 숨을 죽인 채 몸을 굳혔다. 손끝엔 피딱지가 잔뜩 붙었지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이를 악물고 다시 힘을 냈지만, 다음 순간 쿵 하고 쓰러졌다.
그녀는 자신의 두 다리를 바라보며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번 도망칠 때 무우방 놈들이 왼쪽 다리를 부러뜨렸고, 그 전에는 오른쪽 다리였다. 한 달이 훌쩍 지났는데도 견뎌낼 수 있을 거라 믿었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뼛속까지 스며드는 통증이 몰려왔고, 눈물과 피가 섞여 얼굴을 타고 흘렀다. 시야가 흐릿해졌다. 본능적으로 손을 들어 닦으려 했지만 더 큰 통증이 밀려왔다. 그녀는 생각났다. 전엔 저항하기 위해 스스로 얼굴을 짓이겨버렸었다.
몸을 일으키며 잠시 멍해졌지만 곧 정신을 다잡았다. 안 돼, 나가야 해. 반드시 나가야 해. 다리는 부러져도 고칠 수 있고, 얼굴이 망가져도 어머니는 미워하지 않겠지. 그저 나가서 어머니 곁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그녀는 몸을 지탱하며 한 걸음, 또 한 걸음 내디뎠다. 그러나 그때, 문이 발길질에 벌컥 열렸다.
붉은 촛불이 스며들고, 먼지가 흩날렸다. 무안은 절망 속에서 눈을 감았다. 집을 떠난 지도 오래다. 어머니는 어디 있을까,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 자신을 그리워할까. 끝없이 이어지는 생각들 속에서 누군가 턱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쓴 약물이 목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눈물 한 방울이 떨어졌다.
이제부터 그녀는 햇빛조차 들지 않는 이 어두운 구덩이 속에서 서서히 썩어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