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눈이 없는 사람이 있고, 양심이 없는 사람이 있다. 눈과 양심 중에서는 어떤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사람들은 양심이 제일 중요하다고들 하지. 하지만 양심 없는 사람은 아주 잘 살고 눈 없…
세상에 눈이 없는 사람이 있고, 양심이 없는 사람이 있다. 눈과 양심 중에서는 어떤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사람들은 양심이 제일 중요하다고들 하지.
하지만 양심 없는 사람은 아주 잘 살고 눈 없는 사람은 살기조차 벅차지.
너무 불공평했다.
이야기 책엔 이렇게 쓰여 있지 않았다. 이야기 책 속에서는 대협이 악한 자를 벌하고, 황제는 백성을 자식처럼 아끼고, 나쁜 사람은 벌을 받고, 착한 사람은 다시 만나 행복해진다고 되어 있었다.
연아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손 삼촌이 왜 이사를 가는지, 왜 가게 간판들이 하나둘씩 부서지는지, 왜 유씨 할머니 얼굴에 눈물이 가득한지, 왜 밖이 그렇게 시끄러운지, 왜 임소평이 어머니를 껴안고 그 어느 날보다 더 크게 우는지, 왜 아버지가 연꽃 과자를 사러 나갔다가 이렇게 오래 돌아오지 않는지... 연아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는 이런 결말이 싫었다. 아무도 이런 결말을 좋아하지 않았다.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결말이 왜 세상에 있어야 할까?
연아는 생각했다. 자기가 이런 말을 하면 예전엔 다들 웃었는데, 요즘은 아무도 웃지 않았다. 화가 나서 물어보면, 다들 연아 말이 맞는다며 말끝을 흐렸다. 그리고 그다음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틀린 말도 아닌데, 왜 웃기만 하고 대답은 안 하는 걸까? 그래야만 하는 건가?
연아가 '달빛 잎새 협객' 이야기를 하면 예전엔 다들 웃었는데, 아버지가 사라진 뒤로는 다들 조용히 듣기만 했다. 아버지가 없어서 이제 그 이야기를 듣기 싫어진 걸까?
아버지가 떠난 후라서 그들이 이 이야기를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은 걸까?
이런 건 이야기 책 어디에도 없었다.
그래서는 안 되는 거였다. 손 삼촌은 이사 가면 안 되고, 가게에는 늘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이 있어야 하며, 주방의 따뜻한 불길은 언제나 살아 있어야 했다. 유씨 할머니 얼굴엔 눈물이 있으면 안 되고, 임소평은 철이 없어도 그렇게 크게 울 만큼 슬퍼하면 안 된다. 집 앞 강물은 계속 흘러야 하고, 아버지는... 절대 연아 곁을 떠나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