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정] 내 어릴 적 십상의 눈에 들어, 외람되이 이것이 학문을 익히고 입신양명의 발판이라 여겼다. 문진관에 들어가 뭇 현인과 인재들을 만나고서야 내가 창해의 좁쌀에 불과함을 깨달았다. 이십 년간 …
[미정] 내 어릴 적 십상의 눈에 들어, 외람되이 이것이 학문을 익히고 입신양명의 발판이라 여겼다. 문진관에 들어가 뭇 현인과 인재들을 만나고서야 내가 창해의 좁쌀에 불과함을 깨달았다.
이십 년간 은사의 가르침을 받고 벗들과 함께하며, 관에서 학문을 익혀 역대 선현들의 지혜나마 주워 담았다. 그러나 소인배들의 모함에 청류는 시들고 말았다. 백마 역참 밖에서 스승과 벗들은 모두 죽고, 진천도에서 나만이 구차하게 살아남았다.
이제 내 명운이 다하여 십상의 서책을 깊은 산골에 숨긴다. 후인에게 고하노니, 앞길에는 헤맬 길이 겹겹이 쌓여 있으니 스스로 그 길을 찾으라. 내 힘은 여기까지노라.
이 한평생을 돌아보건데, 나는 군자라 할 수 있는가? 문진관의 기개를 지켰다 할 수 있는가? 은사께서 저승에서 아신다면 나를 자랑스러워하실까?
심 아무개 절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