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진경은 날 때부터 자신의 손으로 세상을 탐색했다. 앞길을 더듬기 위해 손을 내밀었고, 눈앞의 칼날을 막기 위해 맨손을 내세웠으며, 피할 수 없는 피라면 기꺼이 자기 손에 묻혔다. 그리하여 그녀의 …
여진경은 날 때부터 자신의 손으로 세상을 탐색했다.
앞길을 더듬기 위해 손을 내밀었고, 눈앞의 칼날을 막기 위해 맨손을 내세웠으며, 피할 수 없는 피라면 기꺼이 자기 손에 묻혔다.
그리하여 그녀의 두 손은 상처투성이가 되었고, 거칠고 흉하게 변해갔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의 단 한 하나뿐인 친구가 한 쌍의 손 보호대를 건넸다.
부디 그대도 이 비단처럼, 구름 속 달빛처럼 맑아 다시는 티끌조차 묻지 않기를.
그녀는 이 선물을 원래 자리에 그대로 두었다.
이루지 못할 소망이 담긴 선물은 너무 무거워 들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