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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경이 입김을 호호 불며 절 뒷문 밖에 쪼그려 앉아 혜정의가 상기말을 꽉 쥐고 집중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끝났다!" 혜정의가 손을 휘두르자 장진경의 마지막 말이 판에서 나갔다. "출가인들은 자…

장진경이 입김을 호호 불며 절 뒷문 밖에 쪼그려 앉아 혜정의가 상기말을 꽉 쥐고 집중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끝났다!" 혜정의가 손을 휘두르자 장진경의 마지막 말이 판에서 나갔다. "출가인들은 자비심이 제일 중요하다며, 왜 이번엔 이렇게 매정해?" 혜정의가 불호를 외웠다. "부처님께도 분노의 모습이 있거늘, 하물며 우리 출가인이야." 불사는 원래 수행하는 곳이라 평소 모두의 삶은 고요한 우물처럼 잔잔했다. 경을 베끼고 경을 읽고, 하루하루가 또아리 튼 향처럼 어떻게 타든 똑같았다. 하지만 장진경을 알게 된 뒤로 혜정의의 나날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장진경은 맥도를 메고 산문으로 들어와 모든 어린 비구니에게 반갑게 인사했다. 그녀는 열심히 의료소 사저들의 땔감을 패 주고, 약초를 캐는 스승을 도와 약재를 정리했다. 그녀는 장경각에 몰래 들어가 이름 없는 고양이를 안고 함께 어려운 경문을 읊었다. 그녀는 빗자루를 휘둘러 위풍당당하게 마당의 쌓인 눈을 깨끗이 쓸어냈다. 그녀는 덜렁대는 강아지처럼 절의 고요한 밤에 불쑥 들어왔다가 동쪽 노을에게서 한 줄기 아침 햇살을 빌려왔다. "정의야, 언제 시간 되면 우리 장 보러 가자!" "정의야, 저번에 읽어 준 게 뭐야, 듣다가 졸렸는데 다시 읽어 줘." "정의야, 진짜 재밌는 거 찾았어. 표요기라고 하는데 우리 해 보자..." "정의야..." 참 시끄럽다. 혜정의가 빙긋 웃었다. "좀 조용히 해. 부처님도 깨시겠어." "부처님이 깨셔도 나한테 뭐라 안 하실 거야." "부처님은 좋은 부처님이고, 사람은 좋은 사람이니까." "정말 좋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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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경이 입김을 호호 불며 절 뒷문 밖에 쪼그려 앉아 혜정의가 상기말을 꽉 쥐고 집중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끝났다!" 혜정의가 손을 휘두르자 장진경의 마지막 … | Where Winds Meet 데이터베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