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천의 이 역참은, 한 무제가 하서에 역참을 열고 봉화를 밝힌 후로 어언 천 년에 가까운 세월을 버텨 왔다. 서역에서 오가는 문서라면 모두 이곳으로 모였으나, 이제 오랑캐가 창궐해 봉화는 모조리 무…
현천의 이 역참은, 한 무제가 하서에 역참을 열고 봉화를 밝힌 후로 어언 천 년에 가까운 세월을 버텨 왔다. 서역에서 오가는 문서라면 모두 이곳으로 모였으나, 이제 오랑캐가 창궐해 봉화는 모조리 무너지고 역사는 기울어 가고 있다.
나는 비루한 몸으로 마른 우물을 세 길이나 파 내려가, 문서 팔천 권을 그 안에 숨겼다. 기름 먹인 포로 덮고 돌곽으로 막아 두었으니, 어쩌면 백 년은 더 남아있지도 모를 일이다.
후세의 누군가가 만약 이 먹자국을 보게 되거든, 이것을 그저 썩은 종이라 여기지 말아 주길 바란다. 이는 변방의 병졸들이 고향을 그리워하며 흘린 눈물이며, 오랑캐 땅을 오가던 상인들이 가족을 떠올리며 남긴 유언이고, 장수와 군사들이 피로 새긴 맹세이니...
하늘이 내 바람을 가엾게 여긴다면, 이 글들이 맑은 물에 실려 양관을 넘어 장안으로 돌아가기를 바랄 뿐이다.
글을 쓰는 내내 눈물이 흘러 무슨 말을 썼는지 나조차 알 수가 없구나.
역참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