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살신은 흉측한 용모에 단구한 체구, 타고난 탐욕으로 악명이 자자하다. 그는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감추어, 땅굴을 파고 드나드는 독문비기의 공력을 익혀 도천왕의 눈에 들었고 수하 두령으로 거두어졌다…
지살신은 흉측한 용모에 단구한 체구, 타고난 탐욕으로 악명이 자자하다. 그는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감추어, 땅굴을 파고 드나드는 독문비기의 공력을 익혀 도천왕의 눈에 들었고 수하 두령으로 거두어졌다. 그 뒤로는 오랜 세월 길목을 막고 약탈을 일삼았다.
그러나 지살신의 탐욕은 그 얄팍한 노략질로는 채워지지 않았다. 그는 수많은 신화와 전설을 즐겨 들었는데, 특히 악신들의 이야기를 유독 좋아하였다. 악신이 제멋대로 날뛰며 위협하면, 백성들이 두려움에 스스로 향화를 바치니, 그 모습이 통쾌하다는 것이었다. 이에 자신을 화본에 나오는 '기인 이상', 즉 별자리에서 내려온 신이라 자처하였다. 땅속을 드나드는 술법이 있었던 그였기에, 토지신의 차림으로 변장하여 한 토지묘를 차지하고, 주민들에게 밤낮으로 향화와 제물을 바치게 강요하였다. '재앙을 소멸하고 난세를 풀어준다'는 미명 아래서 말이다. 그러나 그를 찾지 않는 자에겐 군말이 없었다. 곧장 재앙을 현실로 내려 수많은 무지한 행상과 나그네가 화를 입었다.
그럼에도 지살신은 공양으로는 만족하지 못했다. 그가 가장 즐기는 것은 바로 도장. 성대한 법회를 열면, 금은재보와 술고기 따위를 마음껏 누릴 수 있을 뿐 아니라, 백성들이 그를 경외와 공포로 바라보는 눈빛까지 즐길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도 지살신은 자신이 점거한 토지묘 앞에서 이번 달 두 번째 도장을 열어 놓고, 향화와 공물을 바치러 올 향민과 나그네를 고요히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