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궁에는 오래된 두루마리 한 폭이 있었다. 그 안에는 술 빚는 법이 여러 가지 적혀 있었는데, 그중 '이슬주 제작법'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찹쌀 한 석에 누룩 열 냥을 넣고, 산속의 맑은 이슬…
당궁에는 오래된 두루마리 한 폭이 있었다. 그 안에는 술 빚는 법이 여러 가지 적혀 있었는데, 그중 '이슬주 제작법'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찹쌀 한 석에 누룩 열 냥을 넣고, 산속의 맑은 이슬 두 석을 섞을 것. 흐린 날이 일곱째 되는 날에야 비로소 좋은 술이 완성된다."
이조가 어디선가 그 두루마리를 찾아내 유청의에게 건넸다. 둘은 그 '이슬주'가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해져, 인시 무렵 남몰래 산으로 올라가 보기로 했다. 밤과 낮이 맞물린 듯한 어스름 속에서 앞길은 희미해 발밑조차 분간하기 어려웠다. 그때 유청의가 발을 헛디뎠고, "이조..." 하고 부르려는 순간 이조가 재빨리 손을 뻗어 그녀를 붙잡았다. 그러나 균형을 잃은 두 사람은 함께 산비탈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다행히 길가에 서 있던 복숭아나무 두 그루가 그들을 받쳐 주었다. 분홍빛 눈처럼 흩날리던 꽃잎 사이로 차가운 물방울이 유청의의 뺨에 떨어졌다. 그 물방울은 산의 이슬처럼 맑고 투명했다. 그녀가 그 감촉에 놀라 고개를 돌리자, 마침 소년의 얼굴에 번진 밝은 웃음이 그녀를 향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