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수량, 주실의 외로운 신하이자 한씨 가문의 남은 후손이다.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나라를 위해 첩보를 모은 지 십여 년, 스스로 충이라 여겨왔다. 아버지는 옛 주군을 위해 목숨을 바쳤고,…
나는 한수량, 주실의 외로운 신하이자 한씨 가문의 남은 후손이다.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나라를 위해 첩보를 모은 지 십여 년, 스스로 충이라 여겨왔다.
아버지는 옛 주군을 위해 목숨을 바쳤고, 그 죽음 또한 마땅하다 여겼으니, 군은을 저버리지 않았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나라를 빼앗은 자가 이제는 만백성의 추앙을 받고 있다.
너그럽고 어진 정치 아래 만백성이 심복하고, 역사는 새로 쓰일 터인데, 과연 죄와 공을 누가 가를 수 있단 말인가?
새 왕조는 찬란히 빛나고, 태평한 세상이 눈앞에 이르렀건만 나는 어젯밤의 눈과 같아, 해가 뜨면 이내 사라질 운명이다.
태평이 오면, 이 몸 둘 곳은 어디란 말인가?
그대여, 강을 건너지 말라 하였건만, 그대는 끝내 강을 건너고 말았구나.
강에 빠져 죽은들, 이를 어찌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