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향선에게서 고별주를 건네받은 그 순간, 천불수는 예리하게 기러기 그림자의 있는듯 없는듯한 자취를 감지했다. 그는 그녀의 향기가 또 다해가고 있음을 알았다. "편약경홍, 완약유룡." 이는 조자건이 …
한향선에게서 고별주를 건네받은 그 순간, 천불수는 예리하게 기러기 그림자의 있는듯 없는듯한 자취를 감지했다.
그는 그녀의 향기가 또 다해가고 있음을 알았다.
"편약경홍, 완약유룡." 이는 조자건이 낙신을 위해 지은 시로써, 천불수가 낙신에게 바친 선물이자 그가 가장 자랑하는 작품이다.
난세 속에서 침수향은 이미 천금을 넘어섰다.
다행히도 부림국에서 온 행상품이 활명의관에 여전히 조금은 남아있다. 이 귀한 약재는 천불수가 누구도 손대지 못하게 한다.
침수향은 향이 진하여 옷에 묻어도 사라지지 않으며, 애절하고 아련한 기운을 내뿜어, 부적이자 마음을 안정시키는 좋은 약이다.
천불수는 조심스레 유엽칼로 가루를 조금 긁어냈다. 도자기 그릇 속 얇은 가루층을 보며, 천불수는 이를 악물고 다시 두 번 더 긁어냈다.
천불수는 언제나 가장 좋은 것을 한향선에게 남기고, 가장 나쁜 것을 자신에게 남겼다.
불선선은 한 낭자가 신선 재료를 구하러 외출할 때, 자신은 평소처럼 영업한다고 선포했다.
그러나 청하 어느 황야에서 몇 명의 거란 척후가 소리 소문도 없이 독살당하였고 누구의 소행인지는 알 수 없다.
중독된 자들의 장기들이 죽처럼 썩어 독수리조차 가까이 가지 않았다고 한다.
한향선이 약수에서 크게 다친 한향선이 지금 우물 아래에서 요양 중임은 아무도 모른다.
한향선은 깨어난 그날 밤, 천불수와 마른 우물 아래에서 만나기로 했다.
"너는 이렇게 감정적으로 행동하지 말아야 해."
"네가 나를 의심해? 내가 의관인데 어떻게 사람을 죽일 수 있겠어." 한향선의 살짝 꾸짖는 눈빛에 천불수는 억울한 얼굴을 했지만, 숨길 수 없는 미소가 눈가에 맴돌았다.
그는 알았다. 이 정도 연기는 한향선 앞에서 한순간에 들통난다는 것을...
"경험이 부족해서 좀 셌어." 한향선이 떠난 후, 천불수는 살며시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손에 피가 묻는 것이 대수겠는가.
한향선을 본 사람들을 제거해야 그나마 마음이 놓인다. 게다가 그녀가 크게 다쳤다.
몇 가지 향약이 코를 파고들자, 천불수의 생각은 현재로 돌아왔다. 새 향을 조합하며, 천불수는 살짝 미소 지었다.
천불수가 한향선의 방을 나설 때, 다시 한밤중 시계가 밤을 재촉했다.
부드러운 산들바람과 달빛이 작은 방 안에 내려앉았다. 한향선의 구리거울 곁에는 새 도자기 병이 놓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