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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희편 이웃 마을의 한 보따리장수가 밤길을 가다 길을 잘못 들어 홀린 듯 야생 감나무 숲으로 빠져들었다. 정신없이 숲속 깊이 들어간 그는 길을 잃어 당황하던 중 숲 깊은 곳에서 일렁이는 불빛을 발…

몽희편 이웃 마을의 한 보따리장수가 밤길을 가다 길을 잘못 들어 홀린 듯 야생 감나무 숲으로 빠져들었다. 정신없이 숲속 깊이 들어간 그는 길을 잃어 당황하던 중 숲 깊은 곳에서 일렁이는 불빛을 발견했다. 등불 아래로 인영이 너울거리고 징과 북소리가 울려 퍼지자 호기심이 생긴 장수는 서둘러 그곳으로 향했다. 가까이 다가간 장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 황량한 숲 한복판에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그림자극 패거리가 판을 벌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대 위에서는 종이 인형이 펄럭이며 처연한 곡조를 뽑아냈고, 형체가 흐릿한 구경꾼들은 손뼉을 치며 웃거나 얼굴을 가린 채 슬피 울고 있었다. 장수는 연극에 홀려 넋을 놓고 보다 밀려오는 피로에 나무에 기댄 채 그대로 잠이 들었다. 눈을 떴을 때는 이미 동이 트기 시작한 뒤였고 주위에는 거친 무덤들만 가득할 뿐 극단도 구경꾼도 흔적 없이 사라졌다. 한바탕 꿈이라 여긴 장수가 고개를 들자, 어젯밤 기대어 잤던 나무가 반쯤 죽은 버드나무임을 깨달았다. 늘어진 버들가지는 산발한 머리카락 같았고 나무 아래에는 빛바랜 그림자 인형 하나가 떨어져 있었는데, 그 생김새가 어젯밤 본 광대와 판박이였다. 장수는 혼비백산하여 인형을 내팽개치고 허둥지둥 숲을 빠져나왔다. 이승과 저승의 길이 가끔 겹친다는 말을 예전에는 허튼소리라 여겼으나, 장수의 일을 생각하면 이 어찌 기이한 만남이라 하지 않겠는가. 아마 무덤 속 고인들이 생전의 즐거움을 잊지 못해 모여 앉아 인생의 희로애락을 이어가고 있었던 것이리라. 다행히 장수가 아침까지 깊이 잠든 덕분에 외로운 혼령들의 즐거움을 방해하지 않을 수 있었다. 만약 그가 겁에 질려 소리라도 질렀다면 어찌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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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희편 이웃 마을의 한 보따리장수가 밤길을 가다 길을 잘못 들어 홀린 듯 야생 감나무 숲으로 빠져들었다. 정신없이 숲속 깊이 들어간 그는 길을 잃어 당황하던 중… | Where Winds Meet 데이터베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