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해 상원절이 돌아오자, 농주 거리는 곳곳에 등불이 걸리고 사람들로 붐볐다. 위지서는 남에게 뒤질세라 새벽부터 분주히 집안을 꾸미느라, 일찍 일어난 아들을 그만 잊고 말았다. 그게 조승종에게는…
또 한 해 상원절이 돌아오자, 농주 거리는 곳곳에 등불이 걸리고 사람들로 붐볐다.
위지서는 남에게 뒤질세라 새벽부터 분주히 집안을 꾸미느라, 일찍 일어난 아들을 그만 잊고 말았다.
그게 조승종에게는 오히려 잘된 일이었다.
아직 어른 허리 높이도 안 되는 꼬마는 침대 밑에 숨겨둔 보따리를 꺼내 들고, 살금살금 집안의 하인들과 몸종들 다리 사이를 지나 마당 구석의 개구멍으로 빠져나갔다.
이 일은 오래전부터 계획한 일이었다. 어머니는 늘 공부하라 닦달했지만, 아버지는 늘 집에 없고, 도와줄 사람도 없었다. 반항도 해봤고, 말로도 설득해 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오늘, 그는 결심했다. 이 집을 나가 어머니께 하루에 한 시간만 공부하겠다는 자기 뜻을 보여주리라!
그런데 저 앞에 지나가던 검은 옷의 사내 몇이, 어라...? 이 커다란 마대가 어째서 자기 머리 위로 덮쳐 오고 있지?!
밤이 깊은 농주는 적막에 잠겼다. 조가에서는 집안을 샅샅이 뒤졌지만 어린 아들은 보이지 않았다. 하루, 이틀이 지나고, 위 부인은 밤낮으로 사람을 찾아다녔으며, 조 어른은 먼 곳에서 급히 돌아왔다. 온 집안이 발을 동동 굴렀다. 그러다 모두가 포기하려던 순간, 대문 앞에 마대 하나가 툭 하고 던져졌다. 그 안에서 조승종이 멀쩡한 모습으로, 눈을 반짝이며 펄쩍 뛰어나왔다.
'진짜 멋져! 완전 멋있는 대협이야!' '이렇게 저렇게 하더니 다 쓰러졌어!' '그들이 나 같은 애가 제일 비싸다고 했어!' '그리고 대협이 주먹으로 한 방, 발로 한 방, 손으로 쓱 잡더니 날 구해줬어!' '이름? 이름은 없다고 했어!' '밖이 왜 이렇게 무섭냐고 하니까, 걱정하지 말래. 자기처럼 백성을 지켜주는 대협들이 많다고 했어.'
한참 재잘거리던 조승종은 몇 시진 후 지쳐서 잠자리에 들었다. 이불 속에서 희미하게 떠올렸다. 마지막에 그 대협이 뭐라 했더라... '협객이란, 별빛이 불타오르듯 널리 퍼지는 존재다.'
무슨 뜻인지는 잘 몰랐지만, 그는 조승종. 내일부터는 세상에서 가장 반짝이는 별이 될 거라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