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이라는 이름은 참 예쁘면서도 어쩐지 짠하다. '현'이라는 글자 하나가 마치 그의 운명을 정해 놓은 것처럼, 평생 거문고와 떨어질 수 없게 만들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고현의 바람은 단 하나였다…
고현이라는 이름은 참 예쁘면서도 어쩐지 짠하다.
'현'이라는 글자 하나가 마치 그의 운명을 정해 놓은 것처럼, 평생 거문고와 떨어질 수 없게 만들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고현의 바람은 단 하나였다. 그는 거문고를 좋아했고, 그 소리를 더 많은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어 했다. 산속의 나무꾼에게도, 길가의 노파에게도, 옹알이하는 아기에게도 연주했다. 신기하게도 모두가 그의 거문고 소리를 조용히 들어줬고, 미소로 답했다.
사람들은 하나같이 말했다. "고현은 누구나 듣기 좋은 소리를 낼 줄 아는 사람이야."
그래서 그는 늘 그렇게 연주했다. 그러던 어느 날, 사람들은 더 이상 그의 거문고 소리를 들으러 오지 않았다.
미소는 사라지고, 대신 놀란 얼굴과 두려움이 그 자리를 채웠다. 사람들은 멈추지 않고 그의 곁을 스쳐 지나갔다. 울음과 비명으로 귀가 가득 메워져서, 다른 소리는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고현은 사람들이 달아나는 반대쪽을 멍하니 바라봤다. 자욱한 연기 속에서 말발굽 소리가 천둥처럼 울려 퍼졌다. 그제야 그는 알았다.
전쟁이 시작되면, 사람들은 어떤 음악도 들을 수 없다는걸.
그래서 그는 거문고를 내려놓고, 자신에게 손 내민 이들과 함께 싸움터로 나섰다. 그들과 함께 '하동팔준'이라는 이름을 남겼다.
결국 처음부터 끝까지, 고현의 바람은 단 하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