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
텍스트

복삭편 옛날 조칠이라는 사냥꾼이 눈밭에서 유독 털색이 좋고 묵직한 산토끼 한 마리를 잡았다. 조칠은 기분이 좋아 그 자리에서 가죽을 벗기고 고기를 삶아 친구들과 함께 나눠 먹었다. 고기에 기름기가…

복삭편 옛날 조칠이라는 사냥꾼이 눈밭에서 유독 털색이 좋고 묵직한 산토끼 한 마리를 잡았다. 조칠은 기분이 좋아 그 자리에서 가죽을 벗기고 고기를 삶아 친구들과 함께 나눠 먹었다. 고기에 기름기가 양고기보다 자르르 흐른다며 다들 칭찬을 해대니 조칠은 어깨가 으쓱해졌다. 그런데 한밤중에 차가운 달빛이 들보를 비출 무렵 주방에서 짐승 새끼가 우는 듯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등불을 들고 가보니 부뚜막에는 피 묻은 발자국이 찍혀 있고 들보에 걸어둔 토끼 가죽은 마치 숨을 쉬듯 들썩거리고 있었다. 사흘 뒤 조칠은 배가 북처럼 부풀어 오르며 심한 통증에 시달렸지만 그 어떤 의원도 고치지 못했다. 진천의 한 무의가 이 소식을 듣고는 새끼 밴 짐승은 세 개의 혼을 품는 법이라며 뱃속에 원혼이 맺힌 것이라 단언했다. 조칠의 병은 새끼 밴 암토끼를 함부로 잡아먹은 탓이었다. 무의의 도움으로 조칠은 갓 태어난 새끼 토끼와 똑같이 생긴 털 뭉치를 토해냈다. 그 후 진천의 사냥꾼들은 규칙 하나를 정하여 '삼불살'이라 하였다. 새끼 밴 짐승은 죽이지 않고, 달에게 절하는 짐승은 죽이지 않으며, 굴에 어린 새끼가 있으면 죽이지 않는다.

댓글

—
복삭편 옛날 조칠이라는 사냥꾼이 눈밭에서 유독 털색이 좋고 묵직한 산토끼 한 마리를 잡았다. 조칠은 기분이 좋아 그 자리에서 가죽을 벗기고 고기를 삶아 친구들과… | Where Winds Meet 데이터베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