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이렇게 되었을까? 서상천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었다. 평생 성실하게 살았다. 글을 읽었으나 높은 벼슬에는 오르지 못했다. 겨우 성 안 서원에서 자리 하나를 얻었을 뿐. 낭자는 부모님이…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을까? 서상천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었다.
평생 성실하게 살았다. 글을 읽었으나 높은 벼슬에는 오르지 못했다. 겨우 성 안 서원에서 자리 하나를 얻었을 뿐.
낭자는 부모님이 중매쟁이의 추천에 따라 골라 준 성 안 사람이었다.
장인 댁에서는 원래 그의 출신을 탐탁지 않게 여겼지만, 다행히 낭자가 그의 성실함과 벼슬 없는 선비라는 점을 믿어주었다.
장인 댁에 얹혀살며 그는 낭자를 아내로 맞았다. 그 두 해 동안 장인의 비꼼과 조롱을 적잖이 받았다.
그는 성실히 일했고, 낭자와 혼인한 지 두 해 뒤에 외진 곳에 작은 집을 샀다. 몇 년 후에는 낭자가 아들을 낳아주었다.
세 식구가 화목하게 살 줄 알았건만, 아이는 하필 고약하게 태어났으니...
서른이 되어서야 그는 깨달았다. 삶의 무게가 이미 자신에게서 그 완고했던 젊은 기운을 씻어버렸다는 것을.
한때 그도 말을 타고 사냥하던 젊은이였다. 천하를 누비며 세상 온갖 꽃을 보리라 꿈꾸기도 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많은 것들이 점점 잊혔다. 더 이상 젊은 시절의 원대한 포부를 입에 담고 싶지 않았다. 그저 잘 살아가고 싶을 뿐이었다.
그러나 세월의 저울추는 사람의 바람 따위로 가벼워지지 않는다.
어깨 위 짐이 점점 무거워지는 것만 느꼈다. 더는 감당할 수 없을 때까지.
오직 꿈속에서만 그는 여전히 큰 준마에 올라 긴 활을 손에 쥐고 사냥터를 내달렸다.
관중석에서는 낭자가 얌전한 아이를 안고 자신을 응원하고 있었다.
서상천은 이것이 꿈이라는 걸 알았다. 하지만 꿈이 이 무거운 짐에서 벗어나게 해준다면, 조금만 더 늦게 깨어나도 좋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