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아래, 서신을 전하는 새 한 마리가 날아와 저청천의 곁을 한참 맴돌다 손끝에 내려앉았다. 그는 봉투를 열어 서신을 여러 번 읽었다. 마지막 문장은 이렇게 적혀 있었다. "이는 대의를 위한 일이…
달빛 아래, 서신을 전하는 새 한 마리가 날아와 저청천의 곁을 한참 맴돌다 손끝에 내려앉았다. 그는 봉투를 열어 서신을 여러 번 읽었다. 마지막 문장은 이렇게 적혀 있었다. "이는 대의를 위한 일이자, 천하를 위한 뜻이며, 만백성을 위한 바람이니 부디 사양하지 말라." 그 한 줄이 오랫동안 마음속에 맴돌았다. 그는 이미 자신이 대의를 위해 목숨을 바칠 운명임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향선과 이토록 깊은 인연을 맺게 될 줄은 몰랐다. 그 생각에 이르자, 저청천은 천천히 일어나 방 안으로 들어갔다. 낡은 서신을 펼치고 붓을 들어 글을 써 내려갔다. "대장부가 천하를 위해 몸을 바치는 건 마땅한 일이지만, 내 마음 한편에는 여전히 부끄러움이 남아 있소. 낙신의 일은 내가 다시 생각해 보겠소. 부디 잠시 기다려 주시오."
세상일은 끝내 두 가지를 다 가질 수 없는 법. 그래도 그는 그녀만은 속이고 싶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