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정의는 장진경이 담을 넘어 절에 들어온 게 몇 번째인지 기억나지 않았다. 먼저 담 밖에서 바스락바스락 소리가 나더니 쇠붙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담 밑의 비뚤어진 나무가 흔들리자 쌓인 눈이 스…
혜정의는 장진경이 담을 넘어 절에 들어온 게 몇 번째인지 기억나지 않았다.
먼저 담 밖에서 바스락바스락 소리가 나더니 쇠붙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담 밑의 비뚤어진 나무가 흔들리자 쌓인 눈이 스르륵 떨어졌다. 그리고 복슬복슬한 머리통 하나가 담 위로 불쑥 나타났다.
"아미타불, 낭자." 혜정의가 합장하고 고개를 숙이며 웃음을 참았다. "여긴 절이에요. 담을 넘어 들어오는 건 도둑뿐이랍니다."
"그런 소리 집어치워." 장진경이 담 위에 걸터앉아 털 옷깃의 눈을 털었다. "배고프지 않아? 좋은 거 가져왔어. 진짜 맛있고 간도 딱이야!" 그녀는 손을 뻗어 발판으로 쓴 맥도를 끌어올려 조심스럽게 안쪽 담을 따라 내려놓았다.
"방금 공양을 마쳐서 지금은 배고프지 않아요." 혜정의가 고개를 저었다. "어서 내려와요. 이따 스승님이 보시면 또 잔소리하실 거예요."
"네 스승 그 노인네는 참견이 너무 많아. 잔소리도 끝이 없고." 절의 스승을 언급하자 장진경은 불만이 가득했다. "저번에 너한테 준 좋은 것도 다 빼앗아 가고는 우리 두목한테 이르겠다더라." 장진경이 담에서 뛰어내렸다. "우리 두목은 십여 년 전에 죽었는데 어떻게 일러? 저승 가서 고발해? 아니면 불러올 거야?"
"아미타불, 낭자 입으로 업을 짓지 마세요." 혜정의가 불호를 외우고 옆에 앉았다. "무슨 좋은 걸 가져왔어요? 보여 줘요."
"헤헤, 이것 봐!" 장진경이 등 뒤에서 찬합을 꺼내 땅에 쪼그려 앉았다. "천수촌에서 탕채를 샀어. 네가 출가인이라 고기를 안 먹는 거 알고 일부러 채수로만 해 달라고 했어. 고기는 하나도 안 넣었어."
"그 집 고추가 진짜 끝내주는데, 출가인 드릴 거라고 했더니 할아버지가 정말 좋은 분이라 생강이랑 마늘도 안 넣고 고춧기름도 안 뿌렸어. 계율에 어긋나지 않게..."
장진경이 재빠르게 찬합을 열고 그릇과 젓가락을 꺼내 잘 저은 뒤, 그릇을 두 손으로 받쳐 들고 고개를 치켜들어 혜정의에게 건넸다.
뜨거운 김이 허공에 피어오르고, 혜정의의 얼굴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 뒤에 가려져 마치 벽화 속 천녀 같았다.
"아, 고기 먹고 싶다. 양 내장도 먹고 싶고, 돼지 곱창도 먹고 싶고..." 장진경이 채소 탕채 한 그릇을 들고 먹으면서 중얼거렸다.
"그럼 왜 천수촌에서 다 먹고 오지 않았어요?" 혜정의는 웃음이 났다. "누가 억지로 끌고 온 것도 아닌데."
"근데 살 때부터 둘이 같이 먹으려고 했단 말이야." 장진경이 입을 삐죽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