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이 그녀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을 해주던 그날 오후였다. 햇살이 참 좋았고, 오늘따라 아버지의 눈빛이 평소보다 훨씬 부드러웠다. 오늘은 아버지와 싸우지 않겠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물었다. "무슨 …
이균이 그녀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을 해주던 그날 오후였다.
햇살이 참 좋았고, 오늘따라 아버지의 눈빛이 평소보다 훨씬 부드러웠다.
오늘은 아버지와 싸우지 않겠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그러다 들은 건 믿기 힘든 말이었다.
아버지가, 자신에게 새 아버지를 주겠다는 것이었다.
"왜 안 돼! 너 모용연조하고도 잘 지내잖아! 그를 아버지라고도 부르잖아...
우리가 비록 부녀의 인연이 있긴 하지만 우린 안 맞아.
너랑 나랑 둘 다 고생이야."
"다 너를 위해서야."
그녀는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아버지랑 같이 고생하고 싶다고, 어차피 익숙하니까.
그녀의 성격으로는 그 말을 끝내 하지 못했다.
그날 밤, 분한 마음에 아버지도, 동생도 한 번 쳐다보지 않고 집을 뛰쳐나왔다.
처음엔 빠르게 걷다가, 이내 걸음이 느려졌다.
그리고 얼마 못 가 뒤를 돌아보았다.
집을 떠나는 내내, 누군가는 자신을 찾으러 올 거라 믿었다.
적어도 아버지만은 올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다.
점점 더 멀어졌다.
한 시진쯤 걸었을 땐 발걸음이 무거워졌고, 반나절이 되었을 땐 돌아보지 않으려 이를 악물었다.
걷다보니 분노는 차츰 가라앉고, 작은 불씨 같던 기대도 점점 사라졌다.
그제야 그녀는 자신이 그냥 남겨졌다는 걸 깨달았다.
발은 터질 듯 아팠지만 눈물은 한 방울도 나지 않았다.
그녀는 이 길이 정말 힘들다고 생각했다.
아니, 길이 힘든 게 아니라, 누군가 자신을 찾으러 올 거라 믿었던 게 괴로웠다.
그런 생각만 안 했다면 훨씬 덜 힘들었을 텐데.
그날 이후로 다시는 무엇도 기대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혼자 걷는 길보다 기대하다 실망하는 것이 더 힘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