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걱정 말거라... 우리에겐 원수가 없단다..." 그해, 최도는 열 살쯤이었다. 형과 함께 피 웅덩이 속에 쓰러진 부모 곁에 앉아, 입술만 달달 떨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우리는 지…
"아들아, 걱정 말거라... 우리에겐 원수가 없단다..."
그해, 최도는 열 살쯤이었다. 형과 함께 피 웅덩이 속에 쓰러진 부모 곁에 앉아, 입술만 달달 떨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우리는 지난날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목숨을 끊는다. 첫째, 둘째야, 너희는... 잘 살아라. 기억해... 사람은 사는 동안 반드시 신의를 지켜야 한다..."
그날, 세상에 대한 최도의 의문도 부모와 함께 땅에 묻혔다.
"형... 아버지 어머니가 정말 가신 거야? 도대체 왜...?" 어린 최도의 목소리엔 울음기가 없었으나,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형이 그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 "왜 그러냐고? 나도 모르겠다. 그분들은 신의를 지키다 죽었고, 우리는 그 신의를 품고 살아야 한다..."
"이게... 아버지 어머니가 남기신 마지막 말씀이야..." 최도는 세상에 남은 마지막 혈육을 바라보며 눈물을 닦았다.
"앞으로 어떤 피바람이 불든, 형이랑 함께 헤쳐 나가자."
"응, 형!"
그날 이후 최도는 더 이상 이유를 묻지 않았다. 그의 마음속에 깊게 새겨진 것은 단 한 가지였다. '사람은 사는 동안 반드시 신의를 지켜야 한다.'
그 밖의 것들? 인의예지 따위는 다 허튼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