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흔은 열사가 많기로 유명한 화음 곽씨 집안 출신으로, 그의 백부 곽자의는 혁혁한 전공을 세워 중서령의 관직에 올랐다. 그 시절 장안성에서, 곽흔 역시 "봄바람을 타고 뜻을 이루어, 하루 만에 장안…
곽흔은 열사가 많기로 유명한 화음 곽씨 집안 출신으로, 그의 백부 곽자의는 혁혁한 전공을 세워 중서령의 관직에 올랐다.
그 시절 장안성에서, 곽흔 역시 "봄바람을 타고 뜻을 이루어, 하루 만에 장안의 꽃을 모두 보았네."라는 말에 걸맞은 소년 장군이었다.
가슴속에 뜨거운 피가 끓어오르던 그는 백부를 따라 전장을 누비며, 잃어버린 강산을 되찾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영태 원년, 곽흔은 명을 받아 하서와 안서를 순시하게 되었다.
장안에서 작별할 때, 백부는 부러진 화살을 머리에 꽂아 주며 '꺾일지언정 굽히지 말라'고 당부했다.
곽흔은 한때 아름다웠으나 이제는 쇠발굽에 짓밟혀 버린 장안성을 돌아보며, 포권으로 인사한 뒤 서쪽으로 말을 달렸다.
그런데 그것이 마지막 눈길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서북은 험난했다.
밖에는 강적이 도사리는데 안에는 지원군이 없었다. 군량은 끊기고, 병사들은 감주에서 전멸했다. 동쪽과 서쪽길이 모두 끊겨, 그는 외딴곳에 고립되고 말았다.
건중 2년, 마침내 당나라 조정의 칙령이 도착했다.
"북정의 네 군진이 서하의 쉰일곱 부족과 열 촌락을 통치하며, 본 왕조가 세워진 이래로 모두가 각자의 본분을 다했노라. 관롱이 함락된 뒤 동서가 막히고, 충의로운 자들이 피눈물을 흘리며 성을 지켜내고 예교를 받드니, 이는 모두 제후와 장수들이 서로 힘을 합쳐 다스린 덕분이라. 이에 해당 장병들의 품계를 일곱 단계 높여주노라."
그 일곱 단계가 군량을 대신할 수 있는가?
그 일곱 단계가 병마를 대신할 수 있는가?
일곱 단계, 일곱 단계... 안서에서 그 일곱 단계의 진급은 잠깐의 희망일 뿐, 그마저도 얼마 못 가 흩어지고 말 터였다. 그래도 희망이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나았다.
서북에서의 수십 년, 수천수만의 목숨, 수많은 군민의 피와 눈물.
이제는 기억조차 희미하다. 백발이 성성한 곽흔은 성문 앞에 서서 수십 명의 백두군을 바라보았다.
등 뒤로는 하늘 높이 치솟는 불길과 적군의 천군만마가 있었다.
만 발의 화살이 비처럼 쏟아져 몸을 꿰뚫을 때, 그는 이상하게도 아픔이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한 사람이 떠오를 뿐이었다.
오래전 의절한 벗이 그에게 이렇게 물은 적 있었다. "이번 생에 후회는 없는가?"
그때 곽흔은 "백번 죽어도 후회는 없네."라며 한마디 한마디 힘주어 대답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사무치게 후회했다. 이곳에서 쓰러지는 것이 참으로 후회스러웠고, 등 뒤의 수십 백두군에게 너무나도 죄스러웠다.
평생 그토록 그리워한 대당을 지킬 수 없게 되었다.
"대당, 장안..."
이것이 그가 전사하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었으나,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곽흔, 그는 장안에서 태어나 구자에서 눈감았다. 안서를 굳게 지키며 평생 단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