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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가 머리 조아려 거자 청께 아룁니다. 저는 선조께서 남겨주신 복을 입고 거자님의 은혜와 구원을 받아 살아왔습니다. 예전 배우자를 잃은 슬픔 또한 이제는 마음으로 풀었습니다. 이 은혜를 뼛속 깊이 …

삼가 머리 조아려 거자 청께 아룁니다. 저는 선조께서 남겨주신 복을 입고 거자님의 은혜와 구원을 받아 살아왔습니다. 예전 배우자를 잃은 슬픔 또한 이제는 마음으로 풀었습니다. 이 은혜를 뼛속 깊이 새기며, 한 순간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요즘 묵문의 정세가 변덕스럽고, 특히 서조암 사건 이후 거자께서 유언비어로 곤혹을 겪으신다는 소식을 들으니 마음이 실로 근심스럽습니다. 이에 제가 직접 살펴보고 들은 바를 아뢰고자 합니다. 그동안 세간에서는, 산중의 변란은 전부 봉산파의 무리들이 경솔하게 행동해서 벌어진 일이라는 소문이 떠돌았습니다. 더구나 또 다른 소문에는, 전임 거자 아께서 이미 그 조짐을 미리 알아차리고도 이를 숨기고 밝히지 않아 결국 참혹한 화를 불러왔다는 이야기도 떠돕니다. 평소 거자님과 전임 거자님을 알고 지낸 저로서는, 이런 말은 도저히 믿기 어렵습니다. 겉으로는 바른 말인 듯 보이나, 실제로는 사실과 다르니 이런 소문이 퍼져 들어가면 사태가 몹시 위태로워집니다. 이에 제가 은밀히 외부로 나가 이 상황을 조사해보았으나, 뜻밖에도 모든 증거가 전임 거자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더구나 전임 거자의 자리는 애초에 수많은 어려움이 따랐고, 여러 차례 위태로운 상황도 마주했지요. 산중 사람들 가운데는 산문 개방을 달가워하지 않는 이가 많아, 칭찬하는 이는 드물고, 오히려 원망하거나 미워하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그 무렵 전임 거자 아께서는 혹여 봉산파에 제압당하지 않을까 염려했고, 또 궁기사의 돌발 변란까지 겪게 되셨습니다. 그러니 감히 짐작해 보건대, 전임 거자께서 혹시 스스로 명예를 더럽히는 길을 택하며 일부러 거자직을 넘기신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도 해봅니다. 사람을 사랑하는 이에게는 사랑이 늘 따라온다 하였습니다. 전임 거자께서는 옥처럼 맑고 곧은 분이셨고, 대인과는 어릴 적부터 인연을 맺어 오셨지요. 좋은 인연으로 시작해 결국은 안타깝게 끝났다하여 이런저런 소문이 무성하지만, 그것이 정말 전임 거자께서 바라신 바는 아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서신이 도착했을 때 아직 늦지 않았다면, 부디 대인께서 하루빨리 현명한 결단을 내려주시길 바랍니다. 혹 제 말에 부족함이나 실례가 있었다면, 넓은 아량으로 헤아려주시고 마음에 담아두지 마시기를 청합니다. 아울러 늘 평안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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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가 머리 조아려 거자 청께 아룁니다. 저는 선조께서 남겨주신 복을 입고 거자님의 은혜와 구원을 받아 살아왔습니다. 예전 배우자를 잃은 슬픔 또한 이제는 마음으로… | Where Winds Meet 데이터베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