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명의관은 오늘도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천불수는 작은 침상에 드러누워 이번 달에 얼마나 벌었나 따져 보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 그의 얼굴에 덮어 두었던 장부를 툭 빼갔다. 화를 내며 일어나려다…
활명의관은 오늘도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천불수는 작은 침상에 드러누워 이번 달에 얼마나 벌었나 따져 보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 그의 얼굴에 덮어 두었던 장부를 툭 빼갔다. 화를 내며 일어나려다 고개를 돌리니, 다름 아닌 한향선이었다. 천불수는 다시 몸을 돌려 눕더니 투덜거렸다. '오늘은 쉰다니까. 장사 안 해요.'
'일어나. 천금진 한 병 만들어 줘.' 한향선은 인사도 없이 바로 약 이름부터 꺼냈다. 돈이 걸어 들어왔는데, 안 벌 이유가 있을까. 천불수는 냉큼 몸을 일으켜 자리에서 일어났다. 감사 인사를 하려는 찰나, 문득 이상한 생각이 스쳤다. '신선 나루 같은 데 무슨 큰 병이 있다고 저러나? 게다가 저 인색한 한향선이 약을 그렇게 많이 달라니... 또 그 인간 때문이겠지.' 그 생각이 들자 천불수는 농담을 접고 천천히 탁자 앞으로 가 약을 짓기 시작했다. 손은 바쁘게 움직였고, 속으로만 하던 말이 그대로 입 밖으로 나왔다. '또 그 저 대협이란 인간 때문인가?'
'흥, 그 바보가 또 죽으러 간댔어. 혹시 몰라서 약이나 챙겨 두는 거야. 정말 죽기라도 하면, 뒤처리도 내가 하잖아.'
천불수는 입을 삐죽이며 중얼거렸다. '그 사람이 바보면, 너도 보통 바보가 아니지.'
한향선이 그를 째려봤다.
천불수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나도 바보야. 잠도 안 자고 네 연인 약이나 만들어 주고 있지 않나...' 그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한향선은 고개를 돌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활명의관에는 약 짓는 소리만 잔잔히 퍼져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