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세각을 지나다니던 제자들은 가끔 연이 조용히 이 갑옷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보곤 했다. 갑옷은 온몸을 둥글게 감싸고 있어, 마치 그렇게 하면 듣지도, 보지도, 말하지도 않아도 된다는 것처럼 보였…
형세각을 지나다니던 제자들은 가끔 연이 조용히 이 갑옷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보곤 했다.
갑옷은 온몸을 둥글게 감싸고 있어, 마치 그렇게 하면 듣지도, 보지도, 말하지도 않아도 된다는 것처럼 보였다.
천재가 무엇인지, 기묘한 재주가 무엇인지 따질 필요도 없고, 남들의 아부나 호기심 어린 시선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그녀는 그저 조용히 구석에 머물며, 모든 것이 시작되었던 그날 오후를 천천히 떠올리고 싶을 뿐이다.
햇살은 따스했고 바람도 부드러웠다. 조금 어수룩한 천산갑 한 마리가 창밖을 기어가다, 단단한 갑옷을 활짝 펼치고 햇볕 아래 배를 드러내며 쉬고 있었다.
어린 주인의 부모는 다정한 눈빛으로 웃으며, 사물을 본떠 형태를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렇게 그것은 지루한 나무토막에서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아 자신만의 모습으로 자라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