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 안은 온통 붉은 벽돌과 푸른 기와뿐이라 보다 보면 눈이 어지럽지만, 유독 한 곳은 귀만 기울이면 바로 알아챌 수 있다. 맑고 경쾌한 웃음소리가 들려온다면, 십중팔구 궁인들이 머무는 내성일 것이다…
궁 안은 온통 붉은 벽돌과 푸른 기와뿐이라 보다 보면 눈이 어지럽지만, 유독 한 곳은 귀만 기울이면 바로 알아챌 수 있다. 맑고 경쾌한 웃음소리가 들려온다면, 십중팔구 궁인들이 머무는 내성일 것이다.
이곳은 아무래도 여인들의 공간이라 함부로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어, 멀찍이 서서 앞마당만 살폈다. 뜰은 널찍했고, 창가에는 화분 하나가 놓여 있었는데 꽃이 아주 곱게 피어 있었다. 돌 탁자 위의 바둑판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했고, 축국 공 하나가 데굴데굴 굴러와도 아무도 주워 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지금 이 시간, 그녀들은 숨을 죽인 채 엄숙한 궁중 업무에 매달려 있겠지만, 어쩐지 조금 전 들렸던 웃음소리는 여전히 바람 속에 남아 이 뜰 안을 맴도는 것만 같다.
그녀들이 고된 일을 마치고 다시 뜰로 돌아올 때면, 이 바람도 본성을 되찾아 발랄하게 흐르기 시작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