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도는 자신이 종왕추의 손에 죽을 것이라 생각했다. 한때 두 사람은 호형호제하는 사이였다. 종왕추는 그를 위해 현철로 사인도를 만들어 주었고, 그는 종왕추에게는 사인도를 휘두르지 않겠다 맹세했다. …
최도는 자신이 종왕추의 손에 죽을 것이라 생각했다.
한때 두 사람은 호형호제하는 사이였다. 종왕추는 그를 위해 현철로 사인도를 만들어 주었고, 그는 종왕추에게는 사인도를 휘두르지 않겠다 맹세했다. 비록 종왕추는 그에게 맹독을 먹여 그를 죽음으로 몰아넣으려고 했지만.
쓰러지기 전, 최도는 흰옷을 입은 누군가가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것을 보았다.
오지랖 넓은 사람이 여기 또 있다고 그는 생각했다.
최도가 정신을 차렸을 때, 종왕추는 이미 모습을 감추었고 흰옷을 입은 그 협객만이 곁에 남아 있었다.
그는 자신을 청천문의 제자 저청천이라 소개했다.
최도는 평소 이런 명문정파의 제자들과 엮이는 것을 가장 싫어했는데, 가장 목숨이 위험한 순간에, 가장 원치 않는 이의 도움을 받게 된 것이었다.
"그대와 종왕추는 서로 원한이 있소?"
"있으나 없소."
"있으면 있는 것이고 없으면 없는 것이지, '있으나 없다'는 건 무슨 말이오? 참으로 대화하기 힘든 종자로군."
"...나는 십삼흉도를 처리하러 왔소."
"흥, 나도 그 십삼흉도 중 하나요. 그대가 종왕추를 죽였으니 그대에게 신세를 진 것이나 다름 없겠군. 자, 어서 나도 마저 죽이시게."
"내 그대는 죽이지 않을 것이오."
"...어째서지?"
"그대는 다른 열두 명과 다르오."
도대체가 이 '정파'라는 인간들의 머릿속은 죽었다 깨어나도 모르겠다고 최도는 생각했다. 죽이겠다고 했다가 또 대뜸 죽이지 않겠다니. 최도는 이런 복잡한 일들에 머리를 쓰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다. 다른 열두 명과 자신이 도대체 어디가 다른지 물어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어쨌든 저청천이 자신을 구해줬으니 마땅히 보답을 해야 할 터였다.
두 사람은 함께 강호의 길을 걸었고, 저청천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수년을 함께 하였다.
후대의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
사인도는 '십이살'의 열 세번째로 난폭한 성정에 행동또한 제멋대로인 무뢰배였다고. 반면에, 저청천은 명문정파의 제자로, 거짓 없이 순수한 마음을 지녔으며 정의를 수호하는 멋진 협객으로 기억되었다.
두 사람의 품행은 하늘과 땅 차이로 본디 접점이 없었겠지만, 사인도는 신의를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인물이었고, 저청천은 도의를 중시하는 서로 참된 벗이 되었다.
저청천이 세상을 떠난 뒤, 최도는 그의 유지를 이어받아 홀로 신선 나루로 향했고, 자신의 남은 시간 동안 그 약조를 지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