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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닥불 곁에 여덟 사람이 둘러앉아 있었다. 며칠 전만 해도 서로 얼굴조차 몰랐던 낯선 이들이었지만, 거란의 철기병 부대로부터 이 땅과 백성을 지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남아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며…

모닥불 곁에 여덟 사람이 둘러앉아 있었다. 며칠 전만 해도 서로 얼굴조차 몰랐던 낯선 이들이었지만, 거란의 철기병 부대로부터 이 땅과 백성을 지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남아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며칠 동안 그들은 지하 통로를 보수하고 백성들을 피신시키느라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이제야 준비를 마친 이들은 모닥불 앞에 둘러앉아 각자의 신분과 사연을 차례로 풀어놓기 시작했다. 승문과 승무는 쌍둥이 형제였다. 형 승문은 온화하고 박식한 청년이었고, 동생 승무는 이름처럼 건장했다. 다만 승문에 따르면, 승무는 말을 할 수 없었다. 술잔이 오가자 분위기는 누그러지고 이야기꽃이 피었다. 승문이 먼저 입을 열었다. 원래 피영극을 만드는 장인이었으나, 동생이 말을 못 한다는 이유로 결국 쫓겨났다고 했다. 이야기를 하다 울분이 치밀자 승문은 술을 들이키며 외쳤다. '정말 분하다! 이번에 연남으로 가서 반드시 이름을 떨쳐, 우리를 비웃던 이들의 입을 다물게 하겠다!' 승무는 형을 바라보며 조용히 술을 들이켰다. 그때 모닥불 건너편에 앉아 있던 흰머리 노인이 웃음을 띠고 물었다. '허허, 만약 이름을 떨치지 못하고 죽게 된다면 어찌하겠는가?' 술기운에 눈이 반쯤 감긴 채 승문은 잠시 그 말을 곱씹었다. '죽는다면, 뭐 어쩌겠어.' '그럼... 동쪽으로 가든 서쪽으로 가든, 그저 더 멀리 가면 되지... 어디든 가면 되는 거야.'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승문은 고개를 떨구고 그대로 잠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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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닥불 곁에 여덟 사람이 둘러앉아 있었다. 며칠 전만 해도 서로 얼굴조차 몰랐던 낯선 이들이었지만, 거란의 철기병 부대로부터 이 땅과 백성을 지키기 위해 자발적으… | Where Winds Meet 데이터베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