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 두 첩, 황기 한 첩..." 만승진 약방 주인 선련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밖에 있던 큰 누렁이가 주인 앞으로 달려왔다. 그렇다, 이 개의 이름도 황기다. 황기는 코를 킁킁거리며 공기 속의…
"대추 두 첩, 황기 한 첩..." 만승진 약방 주인 선련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밖에 있던 큰 누렁이가 주인 앞으로 달려왔다. 그렇다, 이 개의 이름도 황기다.
황기는 코를 킁킁거리며 공기 속의 쓴 약 냄새를 맡았다. 그런데 그보다 더 이상한 것은, 이곳 사람들에게서도 같은 쓴 냄새가 난다는 사실이었다.
황기는 오래전부터 이곳에 오는 사람들이 조금 다르다는 걸 알고 있었다. 어떤 이는 들것에 실려 오고, 어떤 이는 지팡이에 몸을 의지한 채 허리를 굽혀 세 다리로 걷는 듯 보였다. 또 어떤 이는 문에 들어서기도 전에 '쿵'하고 쓰러지며 입가로 하얀 거품을 흘리기도 했다. 가까이 다가가 맡아보면, 정말로 모두 쓴 냄새가 났다.
주인 선련은 약을 달이면서 그들을 바라보다가 종종 한숨을 쉬었고, 조용히 무언가를 당부하곤 했다.
개는 주인을 닮는 법이라, 시간이 지나며 황기도 그것을 배우게 되었다. 약방에 환자가 오면 얌전히 곁에 머물렀고, 때로는 고기 뼈다귀를 물어다 주기도 했으며, 또 때로는 바짓가랑이에 몸을 비비며 주인을 따라 "멍멍" 하고 무언가를 말하듯 소리를 냈다.
동물과 마음이 통하는 어느 대협이 그 말을 해석해 주었는데, 황기의 뜻은 이러했다.
"사람아, 쓴 냄새를 내지 말아 줘. 다음에는 달콤한 냄새로 만나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