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진 사람들이 들이닥치는 바람에 하서를 하나로 잇는 그 계획은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장군은 내게 떠나라고 했다. 옛 호양나무 터는 요새와 달리, 끝내 지켜낼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가고…
파진 사람들이 들이닥치는 바람에 하서를 하나로 잇는 그 계획은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장군은 내게 떠나라고 했다. 옛 호양나무 터는 요새와 달리, 끝내 지켜낼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가고 싶지 않았다. 여기는 내 고향이다.
대치가 이어지자, 나는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를 보내고 싶다면 당신이 가장 아끼는 것을 내게 내놓으라고.
서안에 외로이 갇힌 장군에게, 아직 무엇이 그리 귀하다고 남아 있었을까. 그런데도 그는 품속에서 책 한 권을 꺼냈다. 전사자 유가족에게 줄 위로금을 적어 둔 이름 명부였다.
나는 이 명부에 적힌 이름들이 무엇을 뜻하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 이름들 그 가운데 많은 이들을 나는 직접 보았다.
우리는 함께 우물을 파고, 함께 옛 호양나무 터를 일구었다.
그런데 눈 한번 깜빡할 사이에, 그들이 모두 명부 위의 차디찬 글자로 바뀌어 버렸다.
나는 그가 이 명단을 꼭 장안까지 가져가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좋은 일은 다 당신이 하는구려. 당신은 장안을 아끼고, 이곳을 아끼고, 장병과 향민 한 사람 한 사람을 모두 아끼오. 그럼 당신은 어떻게 되는 거요?'
'나도, 자네에게 맡기겠네.'
그제야 나는 명부 맨 끝에 적힌 두 글자를 보았다.
그의 이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