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에게 옳고 그름도 분명했고, 은혜와 원한 역시 마찬가지였다. 원한을 맺으면 매듭 하나를 짓고, 은혜를 입으면 매듭 하나를 풀어낸다. 풀고 묶이는 은혜와 원한의 굴레는 천 리 밖에서 시작된 은의를…
그녀에게 옳고 그름도 분명했고, 은혜와 원한 역시 마찬가지였다.
원한을 맺으면 매듭 하나를 짓고, 은혜를 입으면 매듭 하나를 풀어낸다.
풀고 묶이는 은혜와 원한의 굴레는 천 리 밖에서 시작된 은의를 따라 같은 낡은 밧줄 위에서 반복된다. 은혜는 목숨으로 갚고, 원수는 목숨으로 치른다.
아주 단순한 계산일 뿐이었다.
하나, 황제가 좋은 인간일 리 없다.
둘, 신의를 저버린 술자리, 그 자체로 간사한 짓이었다.
셋, 옛 주인을 배신하고 사람들까지 쫓아낸 것, 의리를 저버린 짓이었다.
넷, 탐욕이 끝이 없어 사사로운 금고까지 세운 것, 역시 황제는 믿을 수 없는 인간이었다.
닷새 밤낮, 천 리의 은혜를 갚으러 가던 길은, 이제 천 리의 원수를 갚는 길이 되었다.
넷, 이 산은 본래 도적 소굴이었으나 지금은 과수원이 되었다.
셋, 이 들판은 본래 황무지였으나 지금은 마을이 되었다.
둘, 이 성은 본래 폐허였으나 지금은 곳곳에 밥짓는 연기가 피어오른다.
그리고 아직, 하나가 남았다.
옛 정, 옛 일, 옛 사람.
무릇 '옛'자가 덧붙으면, 마치 죄라도 씻은 듯 관대해지고 만다.
사람 마음이 삼끈과 같다면, 흔히들 이 '옛'이라는 글자에 휘말려 갈피를 못 잡기 마련이다.
하지만 마음을 삼끈이라 여기면 차라리 간단하다. 끈이 낡았을지언정 맺어둔 매듭의 수는 여전히 선명하니.
삶과 죽음 또한, 그처럼 명백할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