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이 함락되지 않도록 학이 도왔으나 패배를 거듭했다. 기관술이 모자란 탓이 아니라 갔던 곳들이 모두 위험했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그는 제자를 여럿 거느리며 도시 방어 기술을 가르쳤지만 대세를 거스를…
성이 함락되지 않도록 학이 도왔으나 패배를 거듭했다. 기관술이 모자란 탓이 아니라 갔던 곳들이 모두 위험했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그는 제자를 여럿 거느리며 도시 방어 기술을 가르쳤지만 대세를 거스를 순 없었다. 제자들 중에는 서로를 도우러 달려간 자도 있었고, 상황이 불리해지자 달아난 자도 있었다. 또 전장에서 목숨을 잃은 자도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며 스러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뼈를 깎고 심장을 찌르는 듯한 고통이었다.
어느 날, 그는 또 한 번의 패배를 겪었다. 빗나간 화살이 학이 허리에 차고 있던, 아가 준 길잡이의 패물을 관통했다. 사남 패물가 대신 부서진 덕분에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혼란 속에서 학은 사람들을 대피시키느라 부서진 사남 패물를 주울 겨를이 없었다. 안전한 곳에 도착하고 나서야 그는 비로소 소중한 증표를 잃었다는 사실에 후회의 한숨을 내쉬었다.
우연히도 백성들이 검은 돌 하나를 발견해, 사남 패물에 있던 문양을 똑같이 돌에 새겨 넣은 뒤 학에게 다시 건넸다.
학은 오랫동안 돌을 어루만졌다. 그후 항상 몸에 지니며 몸에서 한시도 떼지 않았다.
"선생께선 저희에게 나아갈 길을 알려주시는 '사남'이십니다."
"백성들이야말로, 내 앞길을 비춰주는 '사남'이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