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광 삼 년 시월 초하룻날 수해가 점차 잠잠해졌다. 풍능기의 자질이 제법인 듯하여 제자로 거둘까 싶었는데, 이 녀석, 내 무예가 시시하다며 못마땅해하다니. 흥, 됐다. 네 놈만 손해지. 동광 삼 년…
동광 삼 년 시월 초하룻날
수해가 점차 잠잠해졌다. 풍능기의 자질이 제법인 듯하여 제자로 거둘까 싶었는데, 이 녀석, 내 무예가 시시하다며 못마땅해하다니.
흥, 됐다. 네 놈만 손해지.
동광 삼 년 시월 초이틀날
배가 고파 강가에 나가 낚시를 드리웠더니, 반각도 안 되어 물고기가 낚였다!
만약 그 녀석이 여기 있었다면 내가 이렇게 낚아 올리는 걸 꼭 보여줬을 텐데... 잠깐, 그런데 물고기가 아니라, 아기라니?
동광 삼 년 시월 초사흗날
젖먹이는 어떻게 보살펴야 하는가? 이런 건 묵문에서도 가르쳐주질 않았는데.
생선국을 주면 되려나?
동광 삼 년 시월 초나흗날
양팔에 아이를 하나씩 안고 있으니 더는 낚시를 할 수가 없다.
강을 따라 걷다 보면 혹여 부모를 찾을 수 있으려나.
동광 삼 년 시월 초닷샛날
황폐한 마을에 이르렀다. 아이를 안고 강에 몸을 던지려는 이를 가까스로 말려 집으로 돌려보냈다.
밤이 깊자 집 앞에서 아기 울음이 들렸으나, 그 부모는 이미 스스로 삶을 저버리고 없었다. 세상이라는 것이 어쩌다 이렇게까지 망가져버린 걸까.
동광 삼 년 시월 초이레날
세 아이가 몹시 굶주렸다. 달리 방법이 없어 부인을 찾아가 젖을 구하려 했다가 오히려 주먹질만 당했다.
허탕.
동광 삼 년 시월 초여드레날
천상래까지 찾아가 마을 부인에게 젖을 구해보려 했지만, 또 다시 주먹질만 당했다.
또 허탕. 마음만 점점 타들어간다.
동광 삼 년 시월 초아흐렛날
소득 없이 또 주먹질만 한 차례를 당했다. 그런데 갑자기 어디선가 어린아이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찌 짐승의 젖은 구하려 하지 않느냐고.
나는 벼락을 맞은 듯 그 자리에 멈춰섰다. 놀라워라 천인이로다.
동광 삼 년 시월 초열흘날
표범 젖을 구하러 나가며 세 아이는 그 어린아이에게 맡겼다.
돌아오니 세 아이 모두 얼굴빛이 환하게 밝아져 있었다. 이 아이, 혹시 천재가 아닐까? 꼭 곁에 두고 지켜봐야겠다.
동광 삼 년 시월 열하룻날
알고 보니 아이의 이름이 만사라고 한다. 집안 대대로 물 일에 밝고, 기관술에도 깊이 빠져 있다니.
복된 일이로다. 이런 양재를 어찌 제자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겠는가?
동광 삼 년 시월 열이틀날
제자와 기관술로 겨루어 이기고, 마침내 그 아이를 문하에 들였다.
비록 이긴 것이 썩 떳떳하지는 못하지만, 이토록 뛰어난 재능과 좋은 인재가 세상에 묻혀버린다면 그보다 더 안타까운 일도 없지 않겠는가. 이런 평판쯤이야, 내가 짊어지면 그뿐이다.
동광 삼 년 시월 보름날
드물게 한가한 틈이 생겨 구절법으로 낚싯대 하나를 만들었다. 끝을 둥글게 다듬으니 손에 제법 잘 맞는다.
다만 제자가 세 아이에게 밥을 먹일 때마다 내게 보내는 눈빛이 어쩐지 원망스러워 보인다.
동광 삼 년 시월 열엿샛날
만사가 고생이 많으니 마음이 자꾸 미어진다. 오늘은 기어코 살찐 물고기 한 마리를 낚아 보양을 해주려 했다.
그런데 웬걸, 낚싯대를 드리우자마자 또 아이 하나가 걸려드는 게 아닌가... 제자야, 산에 돌아갈 그날만 손꼽아 기다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