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철에게 요새 어떻게 지내? 예전부터 돈이 차고 넘쳐서 써도 써도 줄지를 않았어. 심심해서 몸이 근질거릴 지경이었지. 큰 저택도 사고, 마차도 장만하고, 번루에도 가 보고... 그런 것들은 진작…
철철에게
요새 어떻게 지내?
예전부터 돈이 차고 넘쳐서 써도 써도 줄지를 않았어. 심심해서 몸이 근질거릴 지경이었지. 큰 저택도 사고, 마차도 장만하고, 번루에도 가 보고... 그런 것들은 진작에 다 질렸어. 돈이 너무 많아서 괴롭다는 게 뭔지 알아? 진짜 답답하거든!
하지만 구류문으로 돌아온 뒤로 모든 게 달라졌어. 이곳 사람들은 재주도 좋고, 말도 어찌나 번드르르하게 잘하는지. 정말이지 여기가 마음에 아주 쏙 들어.
며칠 전에 누더기를 걸치고 지팡이를 짚은 사내가 날 찾아와서는 다섯 형제와 아버지를 모두 전쟁터에서 잃었다고 하더군. 군영으로 끌려간 형수님들은 소식 한 통 없는데, 여든 넘은 노모와 어린 조카들만 덩그러니 남았다며 먹고 살길을 좀 열어달라고 말이야. 그 말에 난 눈물을 왈칵 쏟으며 노잣돈을 한 움큼 쥐여줬지. 그러자 사내가 어찌나 기뻐하던지, 고맙다고 대성통곡을 하다가 지팡이까지 내던지고는 냅다 뛰어가는 거 있지? 감격한 나머지 의학적 기적이라도 일어난 게 분명해!
계산해 보니 구류문에 온 뒤로 구류문 제자 스물여덟 명을 돕는 데 백팔만 연운통보나 썼더라고. 친구, 구류문 사람들 형편이 진짜 말이 아니네!
근데 말이야, 영 찜찜해서 잠이 안 오는 일이 하나 있어. 며칠 전부터 문 앞으로 연서가 계속 날아오는데, '범기차'라는 구류문 녀석이 편지마다 어찌나 오라버니, 오라버니 거리던지! "오라버니, 이 못난 찍찍이랑 연애해 주면 안 돼요?"라며 구구절절 매달리더라고. 꽤 진심인 것 같길래 만나보겠다고 했는데... 글쎄, 약속 장소에 웬 덩치가 산만 한 거구의 사내가 서 있는 거 있지! 어찌나 놀랐는지 신발이 벗겨지도록 도망쳤다니까. 내 돈을 가져가는 건 백번 양보해도, 사람 마음을 가지고 장난치는 건 절대 용납 못 해!
하아... 너무 속상해서 기가 막힐 노릇이야. 구류문에 있는 '동전 구멍'으로 날 만나러 와줘. 남은 연운통보를 전부 줄 테니... 내 이야기 좀 들어줘. 흐흑...
방욱 올림